본문 바로가기

해외살이 - 프랑스 파리

[박사 준비 중 이세요?] 프랑스에서 박사과정 - CIFRE (이공계 기준)1

"연구비 적게 깎였다고 '축하한다' 고 들었다."

 성균관대학교의 박남규 교수님이 저널 인터뷰를 통해 이런 말을 전했다. 실제로 과학계로 기금이 많이 줄었는지, 블라인드나 김박사넷 만 봐도 여기 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이러한 투자의 감축은 십년, 혹은 그 이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 대학원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당장 발등에 불이 붙었다고 할수 있다. 랩실 예산이 줄면 당장 줄일 수 있는 것 부터 줄이는데, 랩실에서 당장 줄일 수 있는건 장비가 아니라 대학원생 월급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좀 서럽다. 대학원생이 제일 많이 일하고, 없으면 당장 실험이 안돌아가는데, 그럼에도 대학원생 월급이 먼저 떨어진다니. 그런데 이런 걱정은 프랑스에서 없다. 프랑스에서는 박사과정이 노동자로 보호받기 때문이다. 다른말로, 최저시급, 휴가, 학위 후 구직기간동안 실업급여가 나온다.

 

"부모님 등골을 지켜줄 수 있는 프랑스 석박사학위"

 

 프랑스의 박사 학위는 다른 유럽국가와 비교해도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영국, 스위스, 독일 순으로 유학선호도가 높은데, 간단히 비교하면 이렇다.

 

 영국    : 비싼 학비, 비싼물가, 비싼 주거비, 적은 임금

 스위스 : 낮은 학비?(조건에 따라 다름), 엄청 비싼 물가, 엄청 비싼 주거비, 높은 임금

 독일 : 낮은 학비, 나쁘지 않은 물가, 나쁘지 않은 주거비, 나쁘지 않은 임금

 프랑스 : 낮은 학비, 높은 물가, 높은 주거비, 나쁘지 않은 임금

 

 영국에서 하는 석박사는 확실히 부모님 등골을 부순다. 물론 능력으로 장학금이고 뭐고 다 부수고 들어가는 천재들은 어딜가든 모셔가기 때문에 걱정할게 없지만, 우리같은 범인들은 하루하루 숨쉬는게 돈이라고 할수 있다. 임페리얼 칼리지 (Imperial College London) 로 예를 들면, 약 5만 파운드, 요즘 환율로 7,400 만원정도가 1년 학비로 나간다. 다른 학교, 그래도 이름이라도 들어본 학교를 가려도 해도 5천만원 이상이 든다. 물론 이공계는 장학금이 많아 5만파운드 전체를 내고 다니는 경우는 없지만 그래도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또 임페리얼 칼리지는 런던에 있다. 살인적인 런던 물가를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아끼고 아껴도 1년에 15,000 만원 정도는 써야 한다. 영국은 석사가 1년이고 박사가 3년~5년 사이 (대부분 4년정도 걸린다) 이다. 석박을 정말 빨리 4년만에 끝내도, 최소 3억5천 600만원이 든다는 뜻이다. 부모님이 억대연봉을 받더라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스위스, 독일 은 학비가 영국처럼 비싸진 않고, 지원이 많아서 생활이 궁핍하지는 않다. 다만 박사과정이 5년, 또 그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석사를 합치면 7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생활비 + 졸업후의 기회 비용을 생각하면, 석박을 합쳐 5년이내로 짧고 굵게 끝내는게 바람직한데, 스위스 독일은 연구실마다, 또 지도 교수마다 5년이 7년, 8년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프랑스는 이런 저런 것들을 따져보면, 유럽 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특히 프랑스는 대부분의 경우 박사과정이 3~4년안에 끝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어느정도 준비할 수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거에 관해서 프랑스 박사는 물박사인가 에 대한 말이 종종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나중에 다시 다룰 예정이다). 프랑스에서 박사 과정은 노동자로 취급을 받아, 어떤 큰 이유 없이 박사과정을 늘리는 것이 정말 힘들다 (계약상의 이유로). 지도교수의 입김이 강한 독일과 가장 큰 다른점이라고 할 수 있다.

 

Ph.D. CIFRE

 

 결국은 프랑스에서 석박, 특히 박사를 하는 것은 꽤 좋은 선택이다. 통상적으로 박사과정동안 월 1400유로, 약 200만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는다. 펀딩이 있으면 더 받는 경우도 많고, 또 주거지원이 나오기도 한다. 또 프랑스는 학생이 살기에 좋은 곳이기도 한데,  박사과정 중에 학생으로서 거의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 박사가 한국으로 돌아갔을때 그렇게 큰 메리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30년 전에야 독일/일본/프랑스 박사들이 종종 보였지만, 현재로는 미국 박사가 대세고, 영국.스위스 박사가 종종 보이는 정도이다. 한국에서 유럽쪽 박사의 입지가 좁은 이유는 많지만, 특히 연구의 양과 질이 미국 박사에 비해 적다라는 의견이 종종 보인다. 연구성과야 열심히 하는 만큼 나오는 것이라고 해도, 연구성과가 비슷한 경우에도 미국 박사를 선호한다면 정말 슬프다. (학벌이 뭐냐고는 하지만, 알게모르게 해외파들 사이에서도 미국이냐 아니냐, 또 미국안에서도 갈리는게 파벌이다). CIFRE 는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이다. 

 

Les CIFRE (Conventions industrielles de formation par la recherche)

 CIFRE 는 프랑스에서 고를 수 있는 박사과정 타입 중 하나이다. 한국 말로 하면 산학협력형 박사과정 정도 되겠는데, 박사과정은 다른 박사과정 학생들과 같이 하되, 그 주제는 회사에서 정해주게 된다. CIFRE는 연구 인력이 산업시장에 필요한 연구를 하는 것을 장려하는데, 이 제도로 기업은 대학 연구소의 자원을 자신들의 연구개발에 쓸 수 있고, 대학 연구소에서는 자금 지원과 기업의 연구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80년대에 처음 시작한 이 박사 과정은 매년 1500-2000명 정도의 학생을 뽑는다.

 

 1.수입

프랑스의 박사과정 학생은 계약직 노동자로 분류되어 임금을 받는다고 앞서 말했다. 보통의 임금이 2024년 기준으로 1400유로 정도인데, CIFRE 학생은 기업과 연계해서 더 많은 돈을 받는다. 물론 스타트 업이나 작은 기업의 경우 보통의 박사과정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기업의 경우 (TOTAL, L'Oreal, Renault, Airbus 등...) 월 2000유로, 280만원 이상을 세후로 받는다. 또 대기업 직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정말 다양하다. 

CIFRE 임금 가이드라인,출처: 프랑스 정부 - CIFRE - https://www.enseignementsup-recherche.gouv.fr/fr/les-cifre-46510

 

2. 연구 방향성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가 뚜렸하지 않은 경우라면, 기업에서 정해주는 주제가 매력적 일수 있다. 보통 CIFRE 주제는 기업의 연구 방향성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향후 기업에 취직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또 기업 현직자에게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연구를 진행하는데 큰 이득이다.

 

Le dispositif Cifre | Association Nationale Recherche Technologie (anrt.asso.fr)

 

Le dispositif Cifre | Association Nationale Recherche Technologie

 

www.anrt.asso.fr

 

3. 아카데미 / 기업 문화

 대학에서 종종 아카데미에서 평생을 보내신 교수님과, 기업에서 오신 교수님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아무리 같은 주제의 연구 개발을 한다고 해도, 공공 연구기관에서 하는가, 기업에서 하는 가는 큰 차이가 난다. 이 주제는 후에 한번 다루고 싶다. 박사과정동안 두 부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2 에서 계속